재판에 넘겨진 뒤의 교통사고 사건: 공소장부터 선고까지 운전자가 할 일
경찰 조사를 마치고 한동안 소식이 없다가 어느 날 “구공판”이라는 문자나 법원 우편을 받는 운전자가 많습니다. 벌금 고지서가 아니라 정식 재판이 열린다는 뜻이어서 당황하기 쉽지만, 재판 단계는 정해진 순서와 기한이 있는 절차입니다. 순서를 알고 각 단계에서 할 일을 미리 챙기면, 같은 사건이라도 훨씬 정돈된 상태로 선고를 맞을 수 있습니다. 2026. 10. 2.부터는 공소청 검사가 기소와 공소 유지를 맡지만, 법원에서 진행되는 재판의 흐름은 그대로입니다.
1. 구공판과 구약식, 무엇이 다른가
사건을 넘겨받은 공소청 검사는 서면 심리로 벌금을 정해 달라는 약식명령을 청구하거나(구약식), 법정에서 재판을 열어 달라고 공소를 제기합니다(구공판). 구공판은 검사가 벌금보다 무거운 형을 염두에 두었거나, 다툼이 있어 법정에서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 경우가 많습니다. 12대 중과실 사고로 피해자가 크게 다쳤는데 합의가 되지 않은 사건, 피해자가 여럿인 사건, 사망사고가 대표적입니다.
운전자보험 가입자에게 이 구분은 비용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변호사선임비용 담보 가운데에는 정식 기소를 지급 조건으로 정하고 약식기소는 제외하는 상품이 있기 때문입니다. 문자를 받은 날 증권과 약관부터 확인해 두면 이후 일정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2. 공소장 부본이 도착하면
법원은 공소장 부본을 늦어도 첫 재판 5일 전까지 피고인에게 보냅니다. 공소장에는 검사가 주장하는 사고 경위(공소사실)와 적용 법조가 적혀 있습니다. 받은 날부터 7일 안에 공소사실을 인정하는지, 다툴 부분이 있는지 의견서를 낼 수 있습니다.
- 공소사실 대조: 신호, 속도, 피해자 위치, 충돌 지점이 내가 기억하고 영상에 담긴 내용과 같은지 하나씩 확인합니다.
- 기록 열람·복사: 변호인은 공소청 검사에게 증거로 낼 서류의 열람·복사를 신청해 경찰 조서, 실황조사서, 영상 분석 결과를 미리 볼 수 있습니다.
- 주소 확인: 송달 주소가 바뀌었다면 바로 알려야 합니다. 서류를 받지 못해 재판에 나가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불필요한 불이익이 따를 수 있습니다.
3. 국선변호인과 사선변호인
국선변호인은 구속된 경우, 70세 이상인 경우, 법정형의 하한이 3년 이상인 사건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거나 형편이 어려워 피고인이 청구한 경우 선정됩니다. 일반 교통사고 치상 사건은 대개 필요적 선정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청구하거나 직접 선임해야 합니다.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면 국선 선정은 취소됩니다. 어느 쪽이든 중요한 것은 공소장을 받은 직후부터 사건을 함께 검토할 시간이 확보되느냐입니다.
4. 첫 재판에서 일어나는 일
첫 기일에는 본인 확인, 검사의 공소사실 낭독, 피고인의 인정 여부 진술이 이어집니다.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사건은 증거에 동의하고 바로 양형에 관한 자료를 내는 경우가 많고, 다투는 사건은 증인 신문이나 감정 신청으로 기일이 이어집니다.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재판을 열 수 없으므로, 기일에는 반드시 본인이 나가야 합니다.
합의가 진행 중이라는 사정을 알리면 재판부가 합의할 시간을 주며 다음 기일을 잡기도 합니다. 이 기간을 어떻게 쓰느냐가 결과에 큰 영향을 줍니다.
5. 선고 전까지 준비할 자료
- 합의와 처벌불원: 12대 중과실이 아닌 치상 사건은 1심 선고 전 처벌불원서가 제출되면 공소기각으로 끝납니다. 12대 중과실 사건은 재판이 계속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이 처벌불원과 실질적 피해 회복을 감경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 형사공탁: 피해자가 합의를 거절하거나 연락이 닿지 않으면 피해자 인적사항을 몰라도 공탁할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과 같지는 않지만 피해 회복 노력으로 참작됩니다.
- 피해자 쪽 과실: 피해자에게도 사고 발생이나 피해 확대에 상당한 과실이 있었다면 영상과 자료로 정리합니다.
- 정상 자료: 반성문, 가족·직장 탄원서, 운전 습관 개선 노력, 공무원 당연퇴직처럼 형에 따라 달라지는 신분상 불이익 자료를 준비합니다.
6. 선고 뒤 7일
판결에 불복하려면 선고일부터 7일 안에 항소해야 하고, 항소이유서는 소송기록 접수 통지를 받은 날부터 20일 안에 냅니다. 피고인만 항소하면 1심보다 무거운 형이 선고되지 않지만, 공소청 검사도 항소하면 이 보호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양형 조건이 그대로이고 1심 형이 합리적 재량 범위 안이면 항소심이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보았으므로, 항소를 생각한다면 1심 단계에서 자료를 충실히 내는 것이 결국 가장 확실한 준비입니다.
정리
재판에 넘겨진 뒤에는 공소장 송달, 7일 의견서, 첫 기일, 선고, 7일 항소처럼 기한이 촘촘하게 이어집니다. 문자를 받은 순간부터 보험 조건 확인, 공소사실 대조, 합의와 양형 자료 준비를 나란히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같은 구공판 사건이라도 쟁점과 피해 정도, 합의 진행에 따라 재판의 모습과 결론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