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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교통사고 형사공탁, 언제 쓰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나

합의를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피해자 측이 응하지 않거나, 요구 금액과의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변호인에게서 ‘공탁’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형사공탁은 피해 회복 의사를 법원에 보여 주는 유용한 수단이지만, 합의를 대신하는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공탁이 무엇을 해 주고 무엇을 해 주지 못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야 기대와 결과가 어긋나지 않습니다.

형사공탁이란 무엇인가

공탁은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받지 않거나 받을 수 없을 때, 그 돈을 법원 공탁소에 맡겨 두는 제도입니다. 형사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 회복을 위해 마련한 돈을 공탁해 두면, 피해자가 원할 때 찾아갈 수 있습니다. 법원은 피고인이 피해를 회복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정으로 이를 양형에 참작합니다.

공탁법 제5조의2 특례가 바꾼 것

예전에는 공탁하려면 받는 사람, 즉 피해자의 이름과 주소를 알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 가해자는 대부분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지 못합니다. 2022년 12월 9일 시행된 공탁법 제5조의2의 형사공탁 특례는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몰라도 해당 사건번호와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지칭만으로 공탁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수사 단계와 재판 단계는 다릅니다

이 특례는 재판 중인 사건을 전제로 합니다. 아직 경찰 수사나 공소청 검사의 처분을 기다리는 단계라면 특례를 쓸 수 없고, 민법상 변제공탁의 일반 원칙에 따라야 합니다. 이 경우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필요하므로 현실적으로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는 수사기관을 통한 합의 시도나 형사조정이 주된 방법이 되고, 공탁은 기소 이후의 선택지로 검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번호가 생긴 뒤라면 1심뿐 아니라 항소심에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공탁은 처벌불원이 아닙니다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입니다.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 가운데 12대 중과실이 아닌 사고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가 제기되지 않거나, 재판 중이라면 공소기각 판결로 끝납니다. 그러나 공탁은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가 아니므로, 공탁만으로 이런 효과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공탁은 어디까지나 형을 정할 때 고려되는 유리한 사정입니다. 처벌불원 의사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표시되어야 효력이 있으므로, 반의사불벌 사건이라면 공탁 이전에 합의를 먼저 충분히 시도해 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12대 중과실 사고나 사망사고처럼 처벌불원이 있어도 기소될 수 있는 사건에서는 합의와 공탁이 모두 형을 정할 때의 참작 사정이라는 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다만 피해자가 직접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합의는 피해자의 의사가 담긴 것이라는 점에서 공탁과 무게가 다르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탁은 합의가 끝내 어려울 때의 차선책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피해자가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공탁금은 피해자가 찾아가야 비로소 실제 배상이 됩니다. 피해자 측이 공탁을 ‘합의를 거부했는데 돈으로 처벌을 줄이려는 시도’로 받아들여 수령을 거절하고, 재판부에 엄벌을 원한다는 의견을 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공탁이 양형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공탁을 하기 전에 합의 시도 경과를 기록으로 남겨 두고, 공탁의 취지를 피해자 측에 정중하게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공탁할 금액도 고민거리입니다. 피해 정도와 보험으로 처리되는 부분, 이미 지급한 돈을 함께 고려해 피해 회복의 진정성이 드러나도록 정해야 하며, 형식만 갖춘 공탁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공탁 사실과 그 경위는 재판부에 서면으로 설명해 두어야 양형 판단에 제대로 반영됩니다. 운전자보험의 형사합의금 지원을 공탁에 쓸 수 있는지는 상품마다 다르므로 증권과 약관을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후진 중 무단횡단 보행자에게 중상해를 입혀 1심에서 금고 10월의 실형으로 법정구속된 대학생 운동선수는, 항소심에서 공탁과 선수 자격 규정에 관한 소명을 함께 준비했습니다. 그 결과 벌금 1,000만 원이 선고되었습니다. 공탁이 단독으로 결과를 만든 것이 아니라, 피해 회복 노력과 피고인의 사정이 함께 참작된 사례입니다.

정리

합의가 막혀 공탁을 고민하고 있다면, 사건의 단계와 죄명을 기준으로 시점을 함께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