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신호가 깜빡일 때 건너던 보행자와 사고, 보호의무 위반인가요?
자주 받는 질문을 일반화해 정리한 글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대체로 적용됩니다. 대법원은 녹색 신호의 깜빡임(점멸)은 보행자가 지켜야 할 신호일 뿐이어서, 운전자가 지는 보행자 보호의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9598 판결). 다만 보행자 신호가 이미 빨간불로 바뀌고 차량 신호에 따라 진행하다 사고가 난 경우에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은 판례도 있어, 충돌 순간의 신호가 결론을 가릅니다.
깜빡이는 동안에는 보호 대상입니다
보행자가 깜빡이는 신호에 횡단을 시작한 것은 보행자 쪽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운전자의 의무가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녹색 점멸 중 횡단보도 위에서 사고가 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12대 중과실인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종합보험이나 합의가 있어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보행자의 신호 위반은 혐의를 없애는 사정이 아니라 형을 정할 때 참작되는 사정에 가깝습니다.
빨간불로 바뀐 뒤라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보행자가 녹색 점멸 중 횡단보도에 들어섰다가 보행자 신호가 빨간불로 바뀐 뒤, 차량 녹색 신호에 따라 진행하던 차와 부딪힌 사건에서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2939 판결). 이때도 운전자에게 앞을 잘 살필 일반적인 주의의무는 남아 있으므로 과실 여부는 따로 따집니다. 다만 12대 중과실이 아닌 일반 사고로 보게 되면, 상대가 다친 사고는 종합보험 가입이나 처벌불원(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는 등 처리 방향이 크게 바뀝니다.
결국 ‘몇 초’의 문제입니다
신호가 바뀐 시각과 충돌 시각의 차이는 몇 초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블랙박스 영상에 보행자 신호등이 찍혀 있는지, 맞은편 차량 신호가 언제 바뀌었는지, 교차로 신호 운영 주기가 어떤지를 맞춰 보면 충돌 순간의 신호를 상당히 정확하게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영상이 흐리거나 신호등이 화면 밖에 있다면 주변 차량이나 CCTV 영상을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지금 확인할 것
- 내 블랙박스에 보행자 신호등 또는 차량 신호등이 찍혀 있는지
- 충돌 시점의 영상 시각과 신호가 바뀐 시각의 차이
- 사고 지점 주변 CCTV, 다른 차량 블랙박스 확보 가능성
- 피해자의 상해 정도와 보험 가입 내용(12대 중과실 해당 여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
신호 해석은 영상의 세부에 따라 달라지므로, 비슷해 보이는 사고라도 결론이 같다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