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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운전 중 의식 상실·졸음·급발진 주장, 운전자의 과실은 어떻게 다투나

“그 순간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분명히 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운전자가 사고를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사건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갑자기 정신을 잃은 경우, 졸음, 그리고 급발진입니다. 세 경우 모두 운전자의 억울함이 크지만, 수사기관과 법원은 같은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운전자가 그 상황을 미리 알 수 있었는가, 그리고 피할 수 있었는가입니다. 유형별로 판단 기준과 다투는 방법을 정리합니다.

출발점: 과실범의 구조

교통사고 형사책임은 업무상과실치사상, 즉 과실범입니다.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고 회피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하고, 그 증명 책임은 수사기관에 있습니다. 운전자가 “통제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사건은 바로 이 예견·회피 가능성을 다투는 사건입니다. 다만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가 있어야 합니다.

갑작스러운 의식 상실

운전 중 예상하지 못한 발작이나 실신으로 의식을 잃었다면 그 순간의 운전 조작에 대한 비난은 어렵습니다. 2019년 서울북부지방법원 항소부는 예측할 수 없던 발작으로 중앙선과 보도를 침범한 사고에서 1심 벌금형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굽은 도로에서 핸들을 조작하지 않아야만 중앙선을 넘을 수 있는 구조였다는 점도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쟁점은 ‘그 순간’이 아니라 ‘운전대를 잡기 전’으로 옮겨 갑니다. 도로교통법은 과로나 질병 등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운전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발작 위험으로 운전을 멈추라는 의사의 경고를 받고도 운전을 계속하다 여러 사람을 다치게 한 운전자에게는 2017년 같은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전 증상, 진료와 복약 상황, 의료진의 지시가 사건의 중심 자료가 됩니다. 건강 정보는 민감하지만, 수사기관이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므로 변호인과 함께 정확하게 정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의식 상실은 도주 혐의에도 영향을 줍니다. 2026년 5월 수원지방법원은 고속도로 추돌 뒤 현장을 떠난 운전자가 의식 소실 상태로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도주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졸음운전

졸음은 의식 상실과 다르게 평가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졸음은 대개 하품, 눈꺼풀이 무거워지는 느낌, 차로를 살짝 벗어나는 일 같은 신호를 먼저 보내기 때문에, 그 단계에서 쉬거나 운전을 멈췄어야 한다는 판단을 받기 쉽습니다. 졸다가 중앙선을 넘거나 신호를 놓쳤다면 12대 중과실 사고로 처리되어 보험이나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졸음 사고에서 과실 자체를 부정하기는 쉽지 않고, 대응의 중심은 양형으로 옮겨 갑니다. 업무상 장시간 운전이 불가피했던 사정, 사고 직후 구호 조치,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노력 등이 중요합니다. 다만 졸음이 아니라 다른 원인의 의식 상실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면 진료를 통해 원인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급발진 주장

급발진 사건에서 수사기관은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 같은 과실을 증명해야 하고, 그 핵심 자료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차량 감정과 사고기록장치 기록입니다. 사고기록장치는 사고 직전 가속 페달·브레이크 작동과 속도를 남기며, 2012년 자동차관리법 개정으로 장착 차량의 소유자는 제작사에 기록 제공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 음성, 주변 CCTV의 브레이크등 점등 여부도 함께 봅니다.

감정 결과가 나오면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결함이 확인되지 않고 오조작 정황이 뚜렷한데도 주장을 이어 가면 반성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태신이 맡은 동승자 사망사고에서도 감정 결과를 받아들여 과실을 인정하는 쪽으로 변론을 바꾸고 유족과 합의해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반대로 기록이 진술과 맞는다면 그 자체가 다툴 근거입니다. 제조사를 상대로 한 민사 책임은 형사절차와 별도로 진행됩니다.

세 경우에 공통으로 할 일

정리

의식 상실은 ‘미리 알 수 있었는가’, 졸음은 ‘멈출 수 있었는가’, 급발진은 ‘기록이 무엇을 말하는가’가 핵심입니다. 같은 주장이라도 뒷받침하는 자료와 사고 전 사정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고 직후의 자료 보존부터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