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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12대 중과실 사고, 실제 사건에서 다투어지는 다섯 가지 지점

사고 경위서에 ‘신호위반’이나 ‘중앙선 침범’이라는 단어가 적히는 순간, 같은 접촉사고라도 사건의 성격이 달라집니다. 이 항목들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에 열거된 이른바 12대 중과실로, 여기에 해당하면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어도 기소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건에서는 “몇 대 몇 과실이냐”보다 “애초에 이 항목에 해당하느냐”가 먼저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당 여부가 사건의 갈림길이 되는 이유

12대 중과실이 아닌 치상 사고는 처벌불원이나 보험 가입으로 공소가 제기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해당하면 합의는 형량을 낮추는 사정에 그칩니다. 실제로 신호를 놓쳐 횡단보도 보행자를 사이드미러로 다치게 한 사건에서는 합의를 마쳤는데도 벌금 50만 원으로 약식기소되었고, 이후 정식재판에서 직업상 사정을 서류로 증명해 벌금 선고유예를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합의만으로 끝나지 않는 사건이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난 경우입니다.

신호위반: 언제 신호가 바뀌었는가

신호위반 다툼의 핵심은 정지선을 넘는 순간의 신호 상태입니다. 황색 신호로 바뀌는 시점에 이미 정지선에 가까이 있었는지, 교차로 안에 들어가 있었는지가 문제됩니다. 이를 확인하려면 블랙박스 영상의 시간 정보와 교차로 신호 주기, 주변 차량 영상을 함께 대조해야 합니다. 상대 차량의 영상이나 인근 CCTV가 결정적인 경우도 많아, 보존 기간이 지나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운전자 본인의 블랙박스에는 신호등이 화면에 잡히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중앙선 침범: 넘었다는 사실과 그 사정

바퀴가 중앙선을 넘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중앙선 침범’의 중과실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무에서는 운전자가 스스로 선택해 넘어간 것인지, 아니면 갑자기 끼어든 차나 도로 위 장애물처럼 운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부득이하게 넘어간 것인지를 따집니다. 사고 직전 몇 초간 차량의 움직임, 도로 폭과 노면 상태, 상대 차량의 진로가 함께 검토 대상이 됩니다. 맞은편 차가 먼저 넘어와 이를 피하려다 선을 넘은 경우와, 앞차를 추월하려고 스스로 넘어간 경우는 같은 ‘침범’이라도 평가가 전혀 다릅니다.

제한속도 20km 초과: 속도는 어떻게 계산되는가

과속이 중과실이 되려면 제한속도를 시속 20km 넘게 초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사고 당시 속도는 대부분 사후 분석으로 추정됩니다. 블랙박스 영상의 프레임 간 이동 거리, 차량에 저장된 사고기록 정보, 노면 흔적 등이 근거가 되는데, 어느 구간을 기준으로 잡았는지, 영상의 프레임 수를 어떻게 읽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특히 야간이나 빗길처럼 영상이 흐린 경우에는 기준점을 잡기 어려워 오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감정 결과가 경계선 근처라면 계산 방법 자체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횡단보도와 보도: 사고 지점이 어디였는가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는 사실이 전제입니다. 피해자가 횡단보도 안에 있었는지, 몇 걸음 떨어진 곳을 건너고 있었는지, 보행 신호가 어떤 상태였는지에 따라 적용 항목이 바뀔 수 있습니다. 보도 침범도 마찬가지로 차도와 보도의 경계가 어디인지, 건물 진입을 위해 보도를 가로지르는 상황이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현장 사진과 도로 구조를 정확히 남겨 두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위반이 있어도 사고와 이어져야 합니다

12대 중과실 항목에 해당하는 행동이 있었더라도, 그 위반이 사고의 원인이 되었어야 처벌의 근거가 됩니다. 황색 신호에 좌회전하다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던 뒤차와 부딪쳐 신호위반 치상으로 기소된 사건에서는, 사고가 신호 때문이 아니라 뒤차의 무리한 추월 때문이라는 인과관계 문제와 2주 진단의 진위를 법정에서 다투어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위반 여부와 함께 “그 위반이 이 사고를 만들었는가”를 따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따라서 경찰이 12대 중과실 항목을 적용했다면, 조사에 앞서 세 가지를 순서대로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그 항목에 해당하는 행동이 실제로 있었는지입니다. 둘째, 있었다면 운전자가 피할 수 없었던 사정이 있었는지입니다. 셋째, 그 행동이 사고의 원인이었는지입니다. 이 가운데 하나라도 다툴 여지가 있다면 사건은 일반 치상 사고로 다시 분류될 수 있고, 그때부터 합의와 보험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반대로 세 가지 모두 다투기 어렵다면 피해 회복과 양형 자료 준비에 일찍 집중하는 편이 낫습니다. 어느 쪽이든 판단의 바탕은 사고 직후의 영상과 현장 기록이므로, 블랙박스 원본과 주변 CCTV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먼저입니다.

정리

경위서에 적힌 위반 항목이 실제 사고와 맞는지 의문이 든다면, 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상담을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