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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 사고의 형사책임: 통행 우선순위와 과실 판단

신호등도 경찰관도 없는 골목 교차로에서 차끼리 부딪히면, 두 운전자는 대개 같은 말을 합니다. “내가 먼저 들어갔다.” 그런데 형사사건에서 과실을 가르는 기준은 진입 순서 하나가 아닙니다. 도로의 폭, 오른쪽 도로였는지, 좌회전 중이었는지, 서행이나 일시정지를 했는지가 함께 따져지고, 교차로에 서 있던 표지판 하나가 처벌 여부를 바꾸기도 합니다.

형사책임의 기본 구조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면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업무상과실치상이 문제 됩니다. 이 죄는 원칙적으로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거나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 제2항 단서의 12개 예외에 해당하면 보험이나 합의와 관계없이 처벌 대상이 됩니다.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 특히 주의할 것은 제1호입니다. 신호위반뿐 아니라 통행금지나 일시정지를 내용으로 하는 안전표지의 지시를 위반한 경우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즉 교차로 앞에 일시정지 표지가 있었는데 서지 않았다면, 단순한 교차로 사고가 아니라 12대 중과실 사고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반면 양보 표지는 이 조항에 적혀 있지 않습니다.

법이 정한 통행 우선순위

도로교통법 제26조는 교통정리가 없는 교차로의 양보 순서를 정합니다.

여기에 더해 제31조는 교통정리가 없는 교차로에서는 서행하고, 좌우를 확인할 수 없거나 교통이 빈번한 교차로에서는 일시정지하도록 합니다. 제25조 제6항은 일시정지나 양보 표지가 있는 교차로에서는 다른 차의 진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서거나 양보하라고 정합니다.

우선순위가 있어도 과실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신호등 없는 교차로 사고에서 두 가지를 함께 말했습니다(대법원 1992. 8. 18. 선고 92도934 판결). 하나는 통행 우선순위와 관계없이 좌우를 확인할 수 없는 교차로에서는 서행하고, 교통이 빈번한 곳에서는 일시정지해 전방과 좌우를 살필 주의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이렇게 살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먼저 교차로에 들어간 운전자라면, 후순위 차량이 법규를 어기고 더 빠른 속도로 무모하게 들어올 것까지 예상해 대비할 의무는 없다는 것입니다. 상대가 교통법규를 지킬 것이라고 믿고 운전한 사람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실을 묻지 않는다는 이른바 ‘신뢰의 원칙’입니다. 결국 “먼저 들어갔다”는 주장은 서행·일시정지와 좌우 확인이 뒷받침될 때 힘을 가집니다.

실제로 다투는 지점

사고 직후 할 일

현장 사진은 교차로 전체와 양쪽 도로의 폭, 표지판과 노면 표시가 함께 나오도록 남겨 두세요. 블랙박스 원본은 바로 백업하고, 주변 상가·주택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아 일찍 요청해야 합니다. 경찰 조사에서는 “먼저 들어갔다”는 결론보다 교차로 앞에서 속도를 얼마나 줄였는지, 어디를 살폈는지, 상대 차를 언제 처음 봤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대 차량도 과실이 있다면 쌍방 입건이 될 수 있으므로, 내 피해 사실도 진단서로 정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정리

신호등 없는 교차로 사고는 통행 우선순위, 서행·일시정지 의무, 신뢰의 원칙이 함께 작동하는 사건입니다. 일시정지 표지를 지나쳤다면 12대 중과실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반대로 우선순위와 주의의무를 지킨 사실을 자료로 보여 줄 수 있다면 과실 자체를 다툴 여지도 생깁니다. 사고 초기에 현장 자료를 확보하고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이 결과를 좌우합니다. 법무법인 태신 윤앤리는 영상 분석과 현장 자료를 바탕으로 교차로 사고의 과실 판단을 함께 검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