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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경찰이 나를 가해자로 정했을 때: 가해·피해 판단, 쌍방 입건, 다투는 경로

사고 직후에는 서로 “상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경찰에서 “가해자로 처리될 예정”이라거나 “쌍방으로 입건된다”는 연락을 받으면, 피해자라고 믿었던 운전자일수록 당황합니다. 경찰의 판단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아닙니다. 이 글은 경찰이 가해·피해를 어떻게 정리하는지, 쌍방 입건이 무엇인지, 판단을 다툴 수 있는 경로가 어디에 있는지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1. 가해자 판단은 ‘과실의 비중’에 대한 경찰의 1차 정리

경찰은 현장 조사, 블랙박스와 CCTV, 당사자 진술을 바탕으로 사고의 주된 원인을 제공한 쪽을 가해자로 정리하고 피의자로 입건합니다. 이 판단은 형사처벌뿐 아니라 벌점과 면허 처분에도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이는 수사의 출발점입니다. 사건이 송치되면 공소청 검사가 기소 여부를 다시 판단하고, 기소되면 법원이 과실과 인과관계를 독립적으로 판단합니다.

보험사가 정하는 과실비율은 민사상 손해를 나누는 기준이며, 손해보험협회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분쟁심의위원회 같은 별도 절차에서 다툽니다. 보험 과실비율이 유리하게 나왔다고 형사 판단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2. 쌍방 입건은 ‘두 개의 사건’

양쪽 모두에게 과실이 있고 양쪽 모두 다친 사람이 있으면, 각 운전자를 상대방에 대한 가해자로 보고 두 사건으로 수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내 사건의 결과는 내게 지적된 과실의 성격에 따라 갈립니다.

3. 판단을 바꾸는 근거: 신뢰의 원칙과 객관 자료

법원은 신호를 지키며 진행한 운전자에게 다른 차가 신호를 어기고 들어올 것까지 예상해 대비할 의무가 원칙적으로 없다고 봅니다(신뢰의 원칙). 다만 상대 차가 이미 교차로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결국 다툼은 ‘언제, 무엇을 볼 수 있었고, 피할 수 있었는가’로 모입니다.

4. 단계별로 다투는 경로

  1. 조사 단계 의견서: 담당 조사관에게 위 자료와 함께 사고 경위에 관한 의견서를 냅니다. 피의자신문에는 변호인이 함께 참여할 수 있습니다.
  2. 재조사 신청: 교통사고 조사 결과나 원인 판단에 불복하면 시·도경찰청에 재조사를 신청할 수 있고, 기존 서류와 새 증거를 바탕으로 현장 확인을 거쳐 다시 조사합니다.
  3. 수사심의신청: 수사 절차나 결과의 적정성·적법성이 현저히 침해되었다고 볼 때 피의자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수사 중에는 언제든, 종결 뒤에는 결과 통지를 받은 날부터 90일 안에 냅니다.
  4. 송치 후 공소청 검사 단계: 의견서로 쟁점을 짚어 보완수사 요구나 불기소 판단을 구합니다.
  5. 재판 단계: 기소되면 과실과 인과관계를 다투고, 유죄로 판단되더라도 피해자의 상당한 과실은 대법원 양형기준상 감경 사유로 반영됩니다.

5. 다투면서도 놓치지 말 것

억울함이 크면 사과나 피해자 측과의 소통을 미루기 쉽습니다. 그러나 과실을 다투는 것과 상대의 부상에 유감을 표하는 것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쌍방 사건에서는 상호 합의가 가장 빠른 정리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또 조사에서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추측으로 채우면 이후 영상과 어긋나 신빙성을 잃을 수 있으므로, 확인된 사실과 기억을 구분해 진술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

경찰의 가해자 판단은 최종 결론이 아니고, 의견서·재조사 신청·수사심의신청·공소청 검사 단계·재판으로 이어지는 경로가 있습니다. 쌍방 입건이라면 먼저 내게 지적된 과실이 12대 중과실인지 확인하고, 객관 자료로 ‘볼 수 있었는가, 피할 수 있었는가’를 재구성하는 데 집중하세요. 같은 영상이라도 사고 구조와 자료의 해석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