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국도에 이미 쓰러져 있던 보행자 역과, 도주치사 혐의 제동거리 분석으로 벗어나
먼저 일어난 사고로 이미 도로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뒤따르던 차가 밟고 지나가는 일이 있습니다. 결과가 사망이라 무거워 보이지만, 피할 수 있었는지와 사고를 알았는지에 따라 판단은 달라집니다. 이 사건은 그런 역과 사고로 도주치사 혐의를 받은 운전자가 수사 단계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례입니다.
사고와 혐의
의뢰인은 밤에 국도를 달리다가, 앞선 사고로 도로에 넘어져 있던 피해자를 차로 넘어 지나갔습니다. 의뢰인은 현장을 떠났고, 피해자는 숨졌습니다. 의뢰인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피해자를 역과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억울한 점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도주치사는 사람을 숨지게 하고 구호 없이 떠난 경우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매우 무거운 형이 정해져 있습니다. 벌금형이 없어 유죄가 되면 실형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이 죄가 되려면 먼저 운전자에게 사고를 낸 과실이 있어야 하고, 다음으로 사고가 났다는 것을 알면서 떠났어야 합니다. 어두운 국도에서 이미 바닥에 누워 있는 사람을 미리 발견해 멈추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했는지, 그리고 의뢰인이 사람을 밟았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가 이 사건의 두 갈래 쟁점이었습니다. 어느 한쪽도 정리하지 못하면 기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역과 사고는 피해 결과가 중대하다 보니 수사 초기부터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는 시각이 굳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먼저 일어난 사고로 이미 도로에 쓰러져 있던 사람을 뒤차가 발견하기까지는 시야와 시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 한계를 숫자로 보여 줄 수 있느냐가 대응의 핵심이었습니다.
대응 과정
도주치사의 성립 요건부터 다시 정리
법무법인 태신 윤앤리는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맡아 도주치사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을 판례에 비추어 하나씩 점검했습니다. 사고를 낸 과실이 없거나 사고 인식이 없다면 도주치사는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변론의 뼈대로 세웠습니다. 결과의 무게가 아니라 요건 충족 여부로 사건을 보게 하는 것이 첫 단계였습니다.
속도·조명·위치로 계산한 회피 가능성
사고 당시 주행 속도, 도로 조명 상태, 피해자가 쓰러져 있던 위치를 바탕으로, 운전자가 위험을 알아채고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걸리는 인지반응시간과 실제 차가 멈추기까지의 제동거리를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 의뢰인이 피해자를 볼 수 있었던 시점에는 이미 역과를 피할 수 없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정리했습니다. 피할 수 없었다면 과실도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막연히 ‘어두워서 못 봤다’고 말하는 것과, 언제 보였고 몇 초 안에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계산으로 보여 주는 것은 수사기관이 받아들이는 무게가 전혀 다릅니다.
사고 인식이 어려웠던 사정까지 담은 의견서
회피 가능성 분석과 함께, 어두운 도로에서 바닥에 누운 사람을 넘어갔을 때 운전자가 그것을 사람이라고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사정을 종합한 의견서를 냈습니다. 과실과 인식, 두 요건 모두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혐의없음 처분을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피해 결과의 중대함과 별개로, 형사책임은 운전자가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결과
검사는 변호인의 의견을 전부 받아들여 도주치사 혐의에 대해 혐의없음 처분을 했습니다.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역과 사고를 겪고 심적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내던 의뢰인은 무거운 형사처벌의 위기에서 벗어났습니다. 기소 전에 회피 가능성과 사고 인식 문제를 정리해 냈기 때문에, 재판까지 가지 않고 수사 단계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확인할 것
- 사고 당시 속도와 도로 조명, 날씨 등 시야 조건을 보여 줄 자료가 남아 있는지
- 피해자가 언제, 어떤 경위로 도로에 쓰러져 있었는지 앞선 사고의 기록
- 인지반응시간과 제동거리를 따져 회피 가능성을 분석할 수 있는지
- 현장을 떠난 경위와 사고 인식에 관한 진술을 조사 전에 정리했는지
도로 여건과 차량 속도에 따라 분석 결과가 크게 달라지므로, 사건마다 결론도 같지 않을 수 있습니다.
혐의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