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진 신호에 유턴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후 이탈, 미필적 고의 인정하고 선고유예
도주치상으로 기소된 뒤 무죄를 다투는 것만이 답은 아닙니다. 이 사건은 신호를 어기고 유턴하다 오토바이와 부딪힌 뒤 현장을 떠난 운전자가 재판에서 ‘알았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신 유리한 사정을 정리해 선고유예를 받은 사례입니다. 사고 인식을 부인하기 어려운 분께 참고가 됩니다.
사고와 혐의
의뢰인은 승용차를 몰다 직진 신호인데도 그대로 유턴을 했습니다. 마침 맞은편에서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이륜자동차가 의뢰인 차의 오른쪽 뒤 범퍼에 부딪혔습니다. 운전자는 비교적 가벼운 상해를 입었고 이륜차도 부서졌지만, 의뢰인은 차를 세워 살피지 않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의뢰인은 첫 경찰 조사에서 충격과 그 소리를 느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사고를 확실히 알고 달아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수사기관은 이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으로 기소했습니다. 의뢰인은 기소 뒤에 법무법인 태신 윤앤리를 찾았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도주치상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고, 면허가 취소되며 일정 기간 다시 딸 수 없는 결격기간도 붙습니다. 여기에 신호위반은 보험이나 합의가 있어도 처벌을 피할 수 없는 중과실 항목입니다.
다만 도로교통법은 선고유예가 확정되면 결격기간 안이라도 면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무죄를 다툴 여지가 약한 사건이라면, 유죄를 전제로 형을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느냐가 실제 승부처가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미필적 고의’란 사고를 확실히 알지는 못했어도 ‘사고가 났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면서 그대로 떠난 상태를 말합니다. 첫 조사에서 충격과 소리를 느꼈다고 이미 진술한 이상, 이 부분을 정면으로 부인하면 오히려 반성하지 않는다는 인상만 남길 위험이 있었습니다.
대응 과정
기록 검토 후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로
변호인은 먼저 사건의 출발점부터 점검했습니다. 진술조서를 포함한 수사기록과 CCTV를 다시 살폈습니다. 사고 경위와 의뢰인의 기존 진술을 보면, 확실히 알지는 못했더라도 ‘사고가 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떠난 미필적 고의는 인정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쪽을 택했습니다.
사과와 합의
의뢰인은 부주의로 사고를 낸 점을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와 형사합의를 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별도로 피해자는 의뢰인이 가입한 자동차 종합보험에서 치료비와 수리비를 전부 받아 피해가 충분히 회복됐습니다.
양형 의견서로 유리한 사정을 한데 모음
변호인은 의뢰인이 오랜 기간 한 직장에서 성실히 일해 온 점, 어떤 처벌 전력도 없는 점, 주변 사람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피해자의 상해가 비교적 가볍다는 점, 사고와 부상을 확실히 알고 달아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견서로 정리해 재판부에 냈습니다.
결과
재판부는 의뢰인에게 선고유예를 했습니다. 도주치상으로 면허 취소 자체는 피할 수 없었지만, 선고유예 덕분에 면허 결격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되어 곧바로 운전면허 시험에 다시 응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직장 생활을 이어가야 했던 의뢰인에게 가장 현실적인 결과였습니다. 의뢰인도 이 결과에 만족을 나타냈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의 선고 자체를 미뤄 두는 판결로, 유죄 판결 가운데 가장 가벼운 단계에 해당합니다. 부인 대신 인정과 피해 회복을 택한 전략이 면허 문제에서 실질적인 차이를 만든 셈입니다.
같은 상황이라면 확인할 것
- 첫 경찰 조사에서 충격·소리를 어떻게 진술했는지, 그 진술로 무엇을 다툴 수 있는지
- 보험 처리와 별도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를 받을 수 있는지
- 처벌 전력, 근무 경력, 탄원서 등 양형 자료를 빠짐없이 모았는지
- 판결 종류에 따라 면허 결격기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같은 혐의라도 피해 정도와 사고 경위, 전력에 따라 선고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선고유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