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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형사합의가 막혔을 때: 과다 요구·연락 두절·합의 거절 상황별 선택지

교통사고 형사사건에서 합의는 순조롭게 끝나는 경우보다 어딘가에서 막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피해자 쪽이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구하기도 하고, 연락처를 받지 못해 사과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으며, 처음부터 “합의는 없다”고 선을 긋는 피해자도 있습니다. 이때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생각보다 많고, 상황마다 다릅니다. 막힌 지점별로 선택지를 정리해 봅니다.

먼저, 내 사건에서 합의가 차지하는 무게

합의가 막혔을 때 얼마나 서둘러야 하는지는 사건 유형이 정합니다.

상황 1: 요구 금액이 지나치게 높을 때

요구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의무는 없습니다. 먼저 요구액에 무엇이 섞여 있는지 나눠 봐야 합니다. 치료비와 휴업손해 같은 손해는 자동차보험 대인배상으로 따로 처리되는 민사 영역이고, 형사합의금은 이와 별개입니다. 피해자가 이 둘을 섞어 생각하고 있다면 설명만으로도 간격이 좁혀지기도 합니다.

운전자보험의 교통사고처리지원금이 있다면 지급 대상 사고인지, 한도와 지급 방식은 어떤지 약관으로 확인해 현실적인 범위를 정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을 덜컥 약속하고 지키지 못하면 오히려 피해자의 처벌 의사를 굳히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합의서를 쓸 때는 지급하는 돈이 형사합의금인지, 민사 손해배상의 일부인지를 문구로 분명히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이 부분이 모호하면 나중에 민사 배상 단계에서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처벌불원 문구가 빠진 합의서는 형사절차에서 효과가 제한되므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들어갔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황 2: 연락이 닿지 않을 때

수사기관은 보통 피해자가 동의해야 연락처를 알려 줍니다.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운전자가 직접 연락할 길이 막힙니다. 이때는 변호인을 통해 수사기관에 합의 의사를 전달하거나, 피해자 측 보험사·대리인을 거쳐 사과문을 전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쪽에 손해사정사나 변호사가 선임됐다면 오히려 대화가 수월해지기도 합니다. 감정적인 대립 없이 손해 항목과 금액의 근거를 놓고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건이 송치된 뒤에는 검사가 당사자 신청이나 직권으로 형사조정에 회부할 수 있습니다(범죄피해자 보호법 제41조). 조정은 양쪽이 동의해야 진행되지만, 조정위원이 함께하는 자리에서 다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상황 3: 피해자가 합의 자체를 거절할 때

거절 의사가 분명하다면 무리한 접촉은 피해야 합니다. 반복 연락이나 가족을 통한 압박은 2차 피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때 쓸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점을 놓치지 않기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제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할 수 있습니다. 수사 초기에 막혔던 합의가 재판 단계에서 풀리는 일도 드물지 않으므로, 결렬됐다고 손을 놓기보다 단계마다 다시 시도할 여지를 남겨 두는 편이 좋습니다. 반대로 반의사불벌 사건에서 1심 선고가 지나면 처벌불원으로 사건을 끝낼 기회는 사라지고, 이후의 합의는 형을 정할 때 참작하는 사정으로만 작용합니다.

정리

합의가 막혔을 때는 먼저 내 사건에서 합의가 사건을 끝내는 열쇠인지, 형을 줄이는 사정인지 구분하고, 막힌 이유에 맞는 방법을 고르는 것이 순서입니다. 과다 요구에는 금액의 구성을 나누고, 연락 두절에는 대리 전달과 형사조정을, 거절에는 공탁과 피해 회복 기록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지는 피해 정도와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같은 처방이 모든 사건에 맞지는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