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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우회전 사고와 보행자 보호의무, 바뀐 규칙이 형사책임을 가른다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다 보행자와 부딪힌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예전처럼 천천히 돌았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회전 규칙은 최근 몇 년 사이 여러 번 바뀌었고, 예전 습관대로 운전한 것이 지금 기준으로는 12대 중과실이 될 수 있습니다. 바뀐 규칙이 무엇이고, 그것이 사고 후 형사절차에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정리합니다.

달라진 우회전 규칙 세 가지

세 규칙 모두 방향은 같습니다.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보다 먼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으면 먼저 멈추라는 것입니다.

우회전 사고에서 문제되는 두 가지 12대 중과실

우회전 사고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하 교특법)의 12대 중과실 가운데 두 가지와 연결됩니다. 하나는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다른 하나는 신호위반입니다.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종합보험에 가입했거나 피해자와 합의했더라도 공소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거나 건너려 하는데 멈추지 않아 사고가 난 경우입니다. 보행자 녹색 신호가 깜빡이는 중에 건너던 보행자도 보호 대상이라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9598 판결).

신호위반

대법원은 차량 신호가 적색이고 횡단보도의 보행자 신호가 녹색인 상황에서 횡단보도를 지나 우회전하다 사고가 난 사건에서 신호위반을 인정했습니다. 신호를 어긴 우회전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라면 사고 장소가 횡단보도를 벗어난 곳이어도 마찬가지라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1. 7. 28. 선고 2009도8222 판결). 우회전 신호등의 녹색 화살표가 켜지지 않았는데 돌다가 사고를 낸 경우도 신호위반이 문제됩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는 운전자가 더 조심해야 하는 곳입니다. 대법원은 신호기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있으면,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을 상황이 아닌 한 일시정지 등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20도8675 판결). 이어 차가 보행자보다 먼저 횡단보도에 들어선 경우에도 같은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0도17724 판결). “내가 먼저 들어갔다”는 설명만으로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12대 중과실이 아닌 우회전 사고도 있다

모든 우회전 사고가 12대 중과실인 것은 아닙니다. 횡단보도와 떨어진 곳에서 무단횡단하던 사람과 부딪힌 경우, 신호를 지켜 우회전한 뒤 차도에서 다른 차나 이륜차와 부딪힌 경우라면 일반 과실 사고로 다뤄질 수 있습니다. 이때 상대가 다친 정도라면 종합보험 가입이나 피해자의 처벌불원으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결국 사고가 어느 조항에 해당하는지가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사고 직후 해야 할 일

정리

우회전 사고의 형사책임은 ‘얼마나 천천히 돌았는가’보다 ‘멈춰야 할 상황이었는가’와 ‘신호를 지켰는가’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뀐 규칙을 기준으로 내 사고가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 보아야 보험과 합의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정할 수 있습니다. 신호와 영상의 세부에 따라 같은 유형의 사고라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