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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 LEE · 변호사칼럼
교통사고를 보는,
법률의 시선.

사건의 쟁점과 절차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법률 정보입니다.

교통사고 진단서 한 장으로 상해가 정해지지 않는 이유

범퍼끼리 살짝 닿은 정도였는데, 며칠 뒤 상대방이 ‘전치 2주’ 진단서를 제출했다는 연락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진단서가 들어오면 사건은 단순 물적 사고에서 사람이 다친 치상 사건으로 바뀝니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진단서는 상해를 증명하는 여러 자료 중 하나일 뿐, 그 자체로 상해를 확정하지는 않습니다. 이 글은 그 이유와 실제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를 다룹니다.

법원이 말하는 ‘상해’의 기준

형법에서 상해는 신체의 건강 상태가 나빠지고 생활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것을 뜻합니다. 대법원은 극히 경미해서 굳이 치료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낫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라면 상해로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진단서에 병명과 치료 기간이 적혀 있더라도, 실제 신체 상태가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면 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진단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교통사고 직후 발급되는 진단서는 대개 영상 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을 근거로 작성됩니다. 의사로서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일정 기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기재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대법원은 이처럼 주관적 통증 호소에 주로 의존해 발급된 진단서는 그 증명력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16도15018 판결, 대법원 2025. 12. 4. 선고 2025도11886 판결). 진단서가 있다는 사실과 상해가 있었다는 사실은 구별해서 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상해를 다툴 때 확인하는 자료

사고의 물리적 크기

차량 수리내역과 파손 사진은 충격의 크기를 객관적으로 보여 줍니다. 도장만 손본 정도인지, 부품을 교체했는지, 블랙박스 영상에서 차체가 얼마나 흔들렸는지가 출발점입니다. 범퍼 커버에 긁힘만 생긴 사고와 내부 구조물까지 손상된 사고는 탑승자에게 전달된 충격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진료 경위와 치료 내용

병원에 사실조회를 신청하면 언제 처음 내원했는지, 어떤 검사를 했고 어떤 치료를 얼마나 받았는지가 드러납니다. 사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 처음 병원을 찾았거나, 처방 외에 실질적인 치료가 거의 없었다면 상해의 존재에 의문이 생깁니다.

기왕증

진단된 증상이 사고 이전부터 있던 것, 즉 기왕증인지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같은 부위로 이전에 치료받은 기록이 있다면 사고로 새로 생긴 상해인지 다툴 여지가 있습니다. 피해자의 이전 진료 내역은 운전자가 직접 확보하기 어려워, 법원을 통한 사실조회로 확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진로를 바꾸다 경미하게 접촉해 상대방이 2주 진단서를 내고 벌금 100만 원으로 약식기소된 사건에서는, 정식재판을 청구해 진료 경위와 기왕증을 따진 끝에 상해가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또 운전자가 접촉 자체를 느끼지 못했던 진로변경 사고에서도 블랙박스 3대의 영상을 대조하고 사실조회와 반대신문을 거쳐 2주 상해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음주 사고에서도 같은 논리가 적용됩니다. 신호 대기 중 졸다 차가 밀려 맞은편 차와 저속으로 접촉해 위험운전치상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영상 검증과 감정, 증인신문을 통해 상해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고 위험운전치상 부분은 무죄, 음주운전만 벌금형이 선고되었습니다.

상해를 다투기 전에 생각할 점

상해를 다투는 것은 피해자의 진술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일이므로, 합의로 정리하는 편이 나은 사건인지 먼저 판단해야 합니다. 12대 중과실이 아닌 사고라면 합의나 보험 처리로 공소가 제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12대 중과실이나 음주가 얽혀 있고 충격이 매우 경미했다면, 상해 성립 자체를 다투는 것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바꿀 수 있습니다.

다투기로 했다면 시기도 중요합니다. 진료기록 확인은 수사 단계에서도 의견서와 함께 요청할 수 있고, 약식명령을 받은 뒤라면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법정에서 다툴 기회가 생깁니다. 앞의 벌금 100만 원 사건도 약식명령에 그대로 따르지 않고 정식재판을 청구했기 때문에 무죄라는 결론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법정에서는 반대신문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어떤 검사를 했는지, 객관적 소견이 있었는지, 진단 기간은 무엇을 근거로 정했는지를 차분히 확인하는 과정에서 진단서의 한계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

진단서를 받아 들고 합의와 다툼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사고 영상과 수리 자료를 준비해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