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끼지도 못한 진로변경 접촉사고, 블랙박스 3대 대조로 2주 상해 무죄
무죄
진로변경 중 스치듯 닿아 사고를 인식하지 못했는데 상대방이 2주 진단서를 내 기소된 사건에서, 블랙박스 3대 대조와 사실조회, 반대신문으로 상해 불인정 무죄를 받은 사례입니다.
가벼운 접촉사고였는데 상대방이 2주 진단서를 냈고, 벌금 100만 원으로 약식기소까지 되었다면 대부분 그냥 벌금을 내고 끝냅니다. 이 사건 의뢰인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받았고, 상대방의 사고 전 치료 이력(기왕증)을 드러내 상해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소액 벌금 처분을 받고 정식재판을 고민하는 운전자에게 참고가 됩니다.
의뢰인은 저녁 시간 승용차를 몰고 3차로에서 4차로로 진로를 바꾸다가, 4차로를 달리던 상대 차량의 왼쪽 옆면을 자기 차량 오른쪽 앞부분으로 들이받았습니다. 상대 운전자는 약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염좌 등의 진단을 받았고, 의뢰인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를 받게 되었습니다. 접촉은 경미했고 상대 운전자의 부상도 매우 가벼운 것으로 보였습니다.
12대 중과실이 아닌 일반 교통사고였지만 의뢰인 차량은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검사는 벌금 1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습니다. 약식기소는 재판을 열지 않고 서류만으로 벌금을 정해 달라고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입니다. 의뢰인은 이 결론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받기로 했습니다.
사람이 다친 교통사고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지만, 처벌하려면 상대방의 부상이 형법상 ‘상해’에 이르러야 합니다. 극히 경미해 치료 없이도 자연히 낫고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정도는 상해가 아니며, 주관적인 통증 호소에 주로 기댄 진단서는 증명력을 신중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태도입니다.
이 사건의 쟁점도 경미한 접촉으로 상대방이 형법상 상해를 입었는지였습니다.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 청구는 고지받은 날부터 7일 안에 해야 하므로, 다툴지 여부를 빨리 정해야 하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블랙박스와 사건기록을 검토한 뒤, 상대 운전자가 치료받은 의료기관에 구체적인 진료 내역을 내도록 사실조회(법원을 통해 기관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절차)를 신청했습니다. 그 결과 정밀검사 없이 신체를 직접 만지고 움직여 보는 진찰만으로 간단한 통원 치료를 받았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진단서에 적힌 ‘2주’가 어떤 근거로 나온 것인지 따져 볼 출발점이 된 것입니다.
상대 운전자를 증인으로 신문했고, 그는 사고 전에도 같은 의료기관에서 여러 부위의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습니다. 변호인은 이런 기왕증(사고 전부터 있던 증상이나 질환)이 사고 뒤 호소한 증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두 차량 모두 상당히 낮은 속도로 서행하고 있었고 사고 당시 상대 차량이 약간 밀렸을 뿐 흔들림이 없었다는 점, 수리비가 70만 원 정도로 차체가 아닌 외장 손상에 그쳤다는 점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종합해 신체의 완전성이 손상되거나 생활기능에 장애가 생길 정도의 상해, 즉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해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의뢰인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사가 낸 증거만으로는 상대방이 2주간 치료가 필요한 형법상 상해를 입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변호인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진단서 한 장으로 상해를 형식적으로 판단해 기소한 사건을, 진료 경위와 기왕증, 실제 충격 정도로 다시 들여다보게 한 결과입니다. 약식 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벌금형이 남았겠지만, 정식재판을 거치면서 의뢰인은 처벌을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 처벌을 피할 길이 없어 보였던 사건이, 상해 성립 자체를 다투면서 결론이 달라졌습니다.
진단서의 증명력은 사건마다 달리 판단되므로, 정식재판을 청구한다고 해서 결과가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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