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퀴 고무만 스친 진로변경 사고, 뺑소니로 송치됐지만 검사 단계에서 혐의없음
혐의없음(증거불충분)
교차로에서 다른 차를 피하다 상대 차량 뒷부분을 스친 운전자가 한 달 뒤 도주치상으로 고소됐습니다. 경찰은 송치했지만, 사고를 몰랐다는 정황이 하나씩 확인되며 검사는 혐의없음으로 판단했습니다.
사고 직후 아이의 상태를 직접 확인했는데도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뺑소니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은 그런 이유로 도주치상 기소된 트럭 배달기사가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해 무죄를 받은 사례입니다. 인적사항 미제공이 문제된 운전자, 재판 방식을 고민하는 분께 참고가 됩니다.
의뢰인은 트럭으로 배달 일을 하던 운전기사였습니다. 보행 신호가 켜진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어린 아동을 트럭으로 충격했고, 차에서 아이의 상태를 확인했지만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는 알려 주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습니다. 이 점이 ‘도주’로 평가되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으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다친 사람을 구호하고 자신의 인적사항을 알려 줄 의무를 지웁니다. 판례는 신분증만 건네고 일방적으로 떠난 경우도 도주로 볼 만큼 이 의무를 엄격하게 봅니다. 그래서 인적사항을 남기지 않은 사실 자체는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도주치상은 단순히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을 넘어, 사고를 낸 사람이 책임을 피하려고 현장을 벗어난 ‘도주의 고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정해진 중한 죄이고 면허 취소까지 따라오니, 운전으로 먹고사는 의뢰인에게는 직업이 걸린 문제였습니다. 반대로 구호가 객관적으로 필요 없었다는 사정만으로 도주가 아니라고 인정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결국 ‘연락처를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책임을 피하려는 도주와는 다르다는 점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설득할지가 관건이었습니다.
변호인은 인적사항을 알려 주지 않은 것이 제54조 제1항 위반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의뢰인이 아이 상태를 살피는 등 현장에서 한 행동을 보면, 사고를 감추고 달아나려는 의사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을 법리적으로 나누어 주장했습니다.
법률가의 형식적인 잣대로 보면 ‘인적사항 미제공 = 도주’로 정리되기 쉽지만, 일반 시민의 상식으로는 아이를 살핀 운전자를 달아난 사람으로 보지 않을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시민 배심원이 사실을 판단하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하고, 배심원 설득에 맞춘 재판 전략을 세웠습니다.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법정에서 보고 들은 내용이 판단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서면보다 법정에서 사건을 얼마나 알기 쉽게 보여 주느냐가 중요해집니다. 법률 용어를 줄이고 장면 중심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택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충격 직후부터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현장을 떠나기까지 의뢰인이 한 일을 시간 순서대로 다시 짜 맞췄습니다. 같은 사실도 결과부터 보면 ‘달아났다’로 읽히지만, 순서대로 따라가면 전혀 다른 장면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심원들이 운전석에 앉은 의뢰인의 입장에서 당시를 따라가 보고, 도주할 생각이 있었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변론했습니다.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고, 배심원이 참여한 그 재판에서 다툼의 대상이었던 도주치상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의뢰인은 무거운 형사처벌과 면허 취소라는 위험에서 벗어나 생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같은 사실관계라도 어떤 절차에서, 누구를 설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사건입니다.
국민참여재판이 늘 유리한 것은 아니며, 사건의 성격과 자료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죄(국민참여재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