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사람이 괜찮으니 가라고 했는데 며칠 뒤 뺑소니로 신고됐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을 일반화해 정리한 글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와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피해자가 “괜찮다, 가라”고 했다는 사정은 도주의 고의를 다투는 데 중요한 자료지만, 그 말만으로 결론이 정해지지는 않습니다. 법원은 실제로 구호가 필요했는지를 피해자의 나이, 다친 부위와 정도, 사고 직후의 정황을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결국 그 말을 듣기 전에 피해자 상태를 어떻게 확인했는지가 핵심입니다.
‘괜찮다’는 말이 통하는 경우와 통하지 않는 경우
대법원은 구호조치가 실제로 필요하지 않았다면 현장을 떠났어도 도주치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대법원 2007도2085 판결은 운전자가 피해자와 직접 대화해 아픈 곳을 말할 기회를 주거나, 적어도 정차해 상태를 눈으로 확인한 경우가 아니라면 구호가 필요 없었다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또 피해자가 경찰이 오면 병원에 가겠다고 하던 중 운전자가 먼저 떠난 사안에서는, 이송을 부탁하고 동승자에게 신원 자료를 줬더라도 도주로 본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2004도250). 피해자의 말을 믿고 떠났다는 사정이 늘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아이나 고령자라면 더 엄격하게
판례는 피해자의 나이와 건강 상태도 고려 요소로 듭니다. 어린 아이는 통증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거나 겁이 나서 괜찮다고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 말만 믿고 떠났다면 구호가 필요 없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지금 할 일
경찰 조사 전에 대화 내용을 뒷받침할 자료를 모으는 것이 먼저입니다. 블랙박스 음성, 주변 목격자, 사고 직후 피해자의 움직임이 담긴 영상이 있다면 결론에 큰 영향을 줍니다. 피해자의 실제 상해가 경미했는지도 별도 쟁점이 됩니다.
도주치상이 부정되더라도 피해자에게 인적 사항을 알리지 않고 떠난 부분은 사고후미조치로 따로 문제 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지금 확인할 것
- 정차해서 피해자와 직접 대화했는지, 대화가 녹음된 블랙박스가 있는지
- 피해자의 나이와 사고 직후 걸음걸이·행동
- 피해자가 언제 병원에 갔고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 함께 있던 동승자나 목격자의 연락처
같은 “괜찮다”는 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평가가 갈리니,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말고 기록부터 살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