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속이 드러난 무단횡단 보행자 사망사고, 재판 중 감정으로 회피 불가능 밝혀 무죄
무죄
녹색 신호에 직진하다 적색 신호에 길을 건너던 보행자가 숨진 사고에서 과속까지 확인됐지만, 제한속도를 지켰어도 피할 수 없었다는 감정 결과로 인과관계를 끊어 무죄를 받은 사례입니다.
밤길에 앞차 바로 뒤를 따라가면 앞차 너머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사건은 앞차에 가려 보이지 않던 보행자를 앞차가 비켜 선 직후 들이받은 사고로, ‘보이지 않던 사람을 피할 수 있었는가’를 다퉈 무죄를 받았습니다.
의뢰인은 편도 4차로 도로의 3차로를 제한속도로 달리며 앞차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차가 갑자기 차로를 바꿨고, 그 순간 시야에 나타난 보행자를 미처 피하지 못했습니다. 보행자는 술에 취한 상태로 도로 위를 오가던 중이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숨졌습니다.
의뢰인은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이 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과실범은 결과를 예견하고 피할 수 있었는데도 주의의무를 소홀히 한 경우에 성립하므로, 시야가 막혀 발견 자체가 불가능했다면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앞차에 가려 보행자를 볼 수 없던 운전자에게, 앞차가 차로를 바꾼 뒤 남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사고를 피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유일하고도 결정적인 쟁점이었습니다.
형사재판에서는 운전자에게 과실이 있었다는 점을 검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이지 않았다’는 운전자의 말보다, 그 순간의 시야를 그대로 보여 주는 영상 분석이 훨씬 큰 힘을 가집니다. 이 사건도 영상 속 시야 상황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정리하느냐에 결론이 달려 있었습니다.
법무법인 태신은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앞차가 차로를 바꾸기 전까지 보행자가 의뢰인의 시야에서 완전히 가려져 있었고, 보행자가 보이기 시작한 때에는 이미 피할 수 없는 거리였다는 점을 확인해 재판부에 전달했습니다.
의뢰인이 제한속도를 지키고 차로를 유지하며 정상적으로 운전하고 있었다는 사실, 앞차가 비켜 선 뒤에야 비로소 보행자를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을 영상과 함께 강조했습니다.
앞차와의 간격은 앞차의 급정지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지, 앞차 앞에 갑자기 나타난 대상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의뢰인에게 결과를 피할 의무를 물을 수 없다고 변론했습니다.
재판부는 변호인의 의견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피해자가 숨진 무거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 입장에서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점이 확인된 판결이었습니다.
시야 조건은 장소와 시간대마다 달라, 비슷해 보이는 사고라도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죄